한시감상

해당화 아래에서 손자들과 놀며 海棠花下戱兒孫(해당화하희아손) --조선말기 한시감상

행복누리 2022. 1. 10. 14:10

해당화 아래에서 손자들과 놀며 海棠花下戱兒孫(해당화하희아손) /두재표

<출처> 네이버 이미지

 

작품소개

해당화 아래에서 손자들과 놀며 海棠花下戱兒孫(해당화하희아손)/두재표

 

稚子拾紅春相問 치자습홍춘상문 아이가 붉은 꽃을 들고 봄을 물으니

白髮坐含晚景喜 백발좌함만경희 늙은이 느긋이 앉아 늦봄의 경치를 즐기네.

左肘縱有垂楊色 좌주종유수양색 왼팔 늘어뜨리면 수양버들 모습을 띠니

衰境復覩老萊事 쇠경부도로래사 노년에 접어들어 다시 노래자의 일을 보네

花陰喜聽覓棗栗 화음희청멱조율 꽃그늘에서 아이가 열매를 찾는 소리 즐거이 들리고

稍解方言年尚穉 초해방언년상치 어라! 점점 사투리를 알아듣네, 이 어린 애가.

斯翁甘老海棠春 사옹감로해당춘 아하! 이 늙은이 해당화 핀 봄에 즐거이 늙네 그려

膝下兒孫方幼戱 슬하아손방유희 무릎에 앉은 손자 애 예쁜 짓 하는 걸 보며.

紅霞種茶草邊來 홍하종다초변래 붉은 놀이 차오르고, 찻잎이 돋은 풀밭으로 나오면

綠陰探毬柳外至 녹음탐구류외지 수풀 아래서 아이가 찾는 공이 버드나무 밖에 이르네.

桐孫竹子漸生長 동손죽자점생장 내 손자들이 점점 자라 성장하면

七旬光陰暮年記 칠순광음모년기 칠순 세월에 늘그막에 노년기(老年記)를 적으리라.

田園春日坐皤腹 전원춘일좌파복 봄날 전원에 늙은이가 흰머리에 배불뚝이로 앉아

滿地棠花午陰邃 만지당화오음수 지당화(地堂花) 가득한 오후 깊은 그늘에

逍遙籬下鶴髪垂 소요리하학발수 이리저리 울타리 아래 거닐며 흰머리 드리우고

幽憩枝邊鴆杖植 유게지변짐장식 나무 가지에서 조용히 쉬도록 짐새를 위해 나무를 심고

墻中惜苗臥驅鳥 장중석묘와구조 담장에 아끼는 묘목에서 나는 갈매기 쉬게 하려는 것은

還小殘年閒樂意 환소잔년한악의 한가히 내 남은 생애 즐기려는 뜻이라오.

吾家餘慶未開花 오가여경미개화 우리 집 경사가 남아 있어 아직 못다 핀 꽃

幼兒孩孫來第次 유아해손래제차 어린 손자들 시대에 경사가 찾아오리니

青萱堂奧雁羔群 청훤당오안고군 청훤당, 나의 기러기와 어린 양들

寶樹庭除鸞鵠峙 보수정제난곡치 그리고 좋은 나무와 뜨락, 난새와 고니가 넘나드는 고갯마루

芭蕉瘦骨撫髧髮 파초수골무담발 파초의 파리한 잎, 늘어진 머릿결 어루만지며

折花爲籌數三四 절화위주수삼사 서너 개 꽃을 꺾어 수를 헤아리네.

田家憂患縱如山 전가우환종여산 집안의 우환(憂患)은 비록 산과 같이 많으나

一笑都空看汝類 일소도공간여류 한낱 헛되이 남의 일처럼 한 번 웃어 버리네.

斑絲共舞彩鵲衣 반사공무채작의 색실 너울너울 색동옷 입고 아이들은 춤추고

綠竹爭牽騎馬輿 녹죽쟁견기마여 손자들은 대나무 죽마 타고 앞을 다투어 달리네,

含花小口尚乳臭 함화소구상유취 꽃을 입에 문 어린애 입에서 젖내가 나고

匍匐形容閒坐視 포복형용한좌시 엉금엉금 기는 모습을 한가로이 앉아 구경하네.

攜而入室酒盈樽 휴이입실주영준 술동이 들고 들어와 술잔에 술을 가득 부어

紅落清香花下醉 홍락청향화하취 꽃향은 옷에 지고 청향은 술에 져서 꽃그늘 아래서 취하네

汾陽居宅但爲頷 분양거댁단위함 분양의 거택은 다만 거처할 턱이 되고

美人何宮長帶睡 미인하궁장대수 미인은 어느 궁에서 길게 띠를 늘어뜨리고 잠을 자느뇨?

團欒會語似花笑 단란회어사화소 손자들이 소곤소곤하는 말은 마치 꽃이 미소짓는 듯

問爾能知昆仲季 문이능지곤중계 하하! 너희에게 물어야만, 맏이, 가운데, 막내 손자를 알 수 있네그려.

<출처> 국역시해집, 두재표, 신아출판사 2018.

<낱말풀이>

*노래자(老萊子):

춘추 시대 말기 초()나라 은자(隱者)이다. 공자(孔子)와 같은 시기의 사람이다. 난세를 피하여 몽산(蒙山) 기슭에서 농사를 지었다. 초왕이 그가 인재임을 듣고 불렀지만 응하지 않고, 강남(江南)에 머물렀다. 일설에는 그가 노자(老子)라는 말도 있다. 늙은 부모를 즐겁게 해드리려고 나이 일흔에 어린 아이가 입는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부린 일화는 유명하다. 이것을 채의희(彩衣戱)나 영아희(嬰兒戱) 또는 노래희(老萊戱)라 부른다. 중국 24 효자(孝子) 가운데 한 사람이다.


◌ 작자소개

두재표(杜宰杓, 18601904)

두재표는 초휘는 진계(晉桂) 자는 명수(明秀) 초호는 시해(詩海) 또는 우초(又草) 만년에는 묵와거사(墨窩居士)로 본관은 두릉이다. 선조중 정란(廷蘭)은 임진란 때 순절하여 선무공신으로 금곡ㆍ옥산 양사에 배향되었다. 부친은 홍하(洪夏) 모친은 제주 고씨이다. 공은 철종 경신년 315일에 태어났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영특하였고 사친경장(事親敬長)의 도리를 알았다. 어린나이에 학문과 문장에 힘써 일찍부터 문명을 날렸다. 경시에 합격하였고 나이 들어 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의 문하에 들어가 성리학을 강구하였고 특히 대학과 중용에 힘써 호남의 언사가 되었으며 그에게 와서 문의질혹한 자 중 많은 사람이 과거에 합격하였다. 고종 갑진년 39일에 세상을 떠나니 향년 45세였다. 장지는 정읍군 소성면 고교리 연동후록간좌원이다.

시해집(詩海集)22책 석인본으로 군산 옥구에서 1964년에 후손들에 의하여 간행되었다. 1은 시로 주로 자연의 풍경을 노래한 것이나 평소의 소회(所懷)를 읊은 것이 많다. 230여수가 전한다. 2는 서로는 여인면학서가 있고 서문은 족보서ㆍ국포서ㆍ교궁양노소계서ㆍ계서가 있다. 기문은 망경대기ㆍ경성당기가 있으며 잡저로는 낙거론ㆍ처인택거론ㆍ학치론ㆍ사친훈ㆍ석고송ㆍ찬금마모인ㆍ상량문이 있다. 표는 9편이 전하며 책문은 장문으로 전한다. 부록으로는 가장ㆍ묘갈명ㆍ추모사서ㆍ찬사ㆍ봉하문집간행이 실려 있다. 또한 아들 두병민(杜炳敏)소계유고(小溪遺稿)가 추가로 실려 있다.

<출처> <호남기록문화유산에서 발췌>